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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엄마의 굴레

단해 2009. 12. 1. 08:42

 

얘야 아가야, -  

죽은 아이 니가 껴앉고 있는다고 그아가 살아오나? - - !

죽음보다 더 큰 슬픔이 세상 어디 또 있다든?

 

세쳇놈 국한이가 아푸는 것 같다

눈꼽이 많이 끼고 열이 많아 온 몸이 펄펄 끟는 것 같으며 젖을 잘먹지도 않고

짜구만 보챈다.

 

어리디 어린 것이 어디가 아픈지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울며 보채는 것으로 엄마에게 아픔을 호소하지만 어찌해야될지 순이는 무척 당황서럽기만한데

 

씨어멈께서 얘가 아마 홍진이 아닌가 싶다.

온 몸에 열이 많고 얼굴이나 몸에 열꽃(발진)이 있는 것 보니 돌림병(전염병)인

홍진(홍역)인 모양인데,~ !

옆집의 똥개가 홍역하다 죽은 것을 본 순인 씨어멈의 말에 와락 겁부터 났다.

 

지금 같으면 병원에가서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전염병이고 아기 출산후 적정시기에 예방주사를 맏으면 감기처름 지나는 병일수도 있겠지만 당시엔 병원도 그의 없거니와 의학에 대한 상식도 없서서 그런 사실을 모르는 대개의 서민은 운명에 맡기고 칠성님(북두칠성)께 지극정성으로 정한수 떠놓고 기도하며 내자식

국한이 제발 좀 살려주소 하고 애원하고 매달리는 것이 안타까운 엄마의

마음이고 할수 있는 일의 전부이었다.

 

씨어멈은 마침 집에 와 있는 애 애비보고 니 앞장서라,

와요? 이놈아 니 쌕끼가 저리 아파 있는데 저 약방에 가서 약이라도 한첩지워

먹여봐야 하지 않켔나?

그럼 손놓고 가마이 있을꺼가 얼른가자,

 

순이는 국한이로 인해 어쩔줄 몰라하며 약을 정성을 다하여 다려서 젖에 썩어

아기의 입에 안먹을려고 도래질하는 머리를 붙잡고 숟가락으로 떠먹이며 아기가 고통서러워하는 것을 보고 "어찌 내가 니 대신 아프지 않고 니가 아프제"  

재왕(애기를 관장하는 토속신)님도 야속하시지-

 

아기가 아파서 집안은 난리가 나 있는데도 애 애비는 온다 간다 말 한마디 없시 또 훌적 나간는가 보이지 않고 국한이는 열이 극도에 올라 혼수상태에 빠지는데 순이는 국한이가 페렴으로 발전하는 합병증이 생겨 위독함을 감지 못하고

안절부절만 하고 있을뿐 - 

  

국한이는 아파 죽겠다고 외치며 눈물과 버둥거림으로 엄마 품에 발 자욱을

남기며 어딘가를 돌아오지 못할 길을 홀로 떠나가 싸늘한 사체만 엄마의 양팔에

기댄체 죽음이라는 사별을 엄마가슴에 대못을 밖아 놓고~ 

 

순인 몸, 일부가 찢어 지는 아픔과 머리엔 아무생각도 없는 백치가 되어 슬픔이

뭔지를 느낄 겨를이 없을 만큼 뼈아픈 고통에 울부 짖건만, 이미 저승의 강을

건넌 국한이가 돌아 올길 없는데 -

 

순이의 통곡 소리를 듣고 국한이가 돌아오도록 ~

국한이를 데리고가는 저승채사가 있다면 국한이를 돌려달라고 애원하는 엄마의 

애간장 타는 부르짖음을 듣고 또 들어 달란듯, 몸부림치다가 혼절하고

씨어멈은 수심가득한 얼굴로 내려다 보며 얘 아가, 이제 정신 좀 드냐?

 

아이고 하늘도 무심하지 어디 데려갈 놈이 없서 우리 국한이를 데리고 가제,

우짜겠노 그놈이 우리하고 인연이 아잉기라 

그러니 피기도 전에 꺽어가제 ~

 

살만큼 살은 이 할망구나 얼빠진 지 애비도 있는데 잡아갈 인간은 안 잡아가고

아무 죄 없는 우리 국한이를 데리고가제 

하늘도 무심하고 참 야속하고 애달프데이 ~ 

 

얘야 아가야, -  죽은아이 니가 껴앉고 있는다고 그아가 살아오나? - - !

마, 이리 내 나라 내 덕만네하고 덕만이 애비데리고가서 뒷 산 양지 바른 곳에

묻더주고 올께 하시며 강제로 국한의 사체를 뺐서서 니는 애 묻는거 보지 말고

집에 있서레이, -

 

아입니다. 나는 국한이 마지막 가는 길 볼랍니다, 하며 일어서는데

눈앞에 별이 빤짝이고 세상이 빙빙돌며 폭 꼬꾸라진다

몇날 몇일을 국한이 간호하며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자니 그 심신의 씨달림이

극에 다달아 쓰러저 일어날 기력이 없다 나, 일어나 국한이 가는 길을

보아야하는데, ~  순인 쓰러저 정신을 놔, 버리고 - - -

 

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준다든가?

죽음보다 더 큰 슬픔이 세상 어디 또 있다든?

 

구멍난 순이의 창자엔 그래도 미워나 고우나 아가의 아빠이고 남편인 신랑의

모습이 아른거리고 남편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고 통곡하고 몸부림치면 뻥 뚫린

몸과 마음에 아픈 바람이 들락이는곳, 창호(한지)지로 구멍을 도배하여

조금이라도 그로 인해 이 쓰라림을 잠깐만이라도 아늑히 잊을 수가 있을까? 

 

이때만은 순이가 이 세상의 그 어느누구보다도 아픔을 남편과 함께 나누고

남편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고 씰컨 울어봤으면 ~

순인 남편의 절실한 위로가 그리웠다. 

 

순인 뜻 빢의 일에 과연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에 대한 의문이 나고, -  돌아갔다고 하는데 어디로 돌아간 것일까?

그럼 언제 다시 돌아오는데, 기약은? ~  ~ ~ ~ ~ ~ ~ ~ ~ ~ ~ ~ ~  !

 나도언젠가 돌아간다면 먼저 돌아간 우리 국한이와 우리 아버지도 만날 - - 지?

 

죽음은 인간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진실한 것이 아니겠는가?

인간의 높고 낮음이 없고 노소가 따로 없으며 죽으면 땅에 묻쳐 썩어서 한줌의

흙으로 자연에 복귀하던가 또는 불에 타서 한줌의 재가되어 자연에 복귀하던가 

결과는 마찬가지이니 인간, 누구나 마지막가는 길은 얼마나 공정한가?

 

그럼 육신은 사라지지만 영혼은 어찌되는 가?

영혼이 있다면 육신이 사라질때 육체와 더불어 사라지는지? --- !!!

아니면 영혼의 세계가 어디엔가 있는지?

 

만일 영의 세계가 없다면 인간의 삶은 너무 허무하고 동물과 다를 바가 무었인가?

그렇타면, 영혼이 있다면 천당과 지옥은 있는 것인지? ----------- !!!

 

순인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니 끝도 한도 없는 무한대의 세계라 꼻치아파서 더 이상 생각할 수 없고 다만 우리 국한이는 죄하나 진것 없시 깨긋히 돌아갔으니 아마

지금은 천당에서 울고 있는 나를 지켜보며 엄마, 나 더 좋은 곳에 와 있으니

슬퍼하지마세요, ~ 라고  내게 소리치고 있겠지? 

 

순이는 국한이를 가슴에 묻고 그 맑은 눈방울과 해 맑은 웃음으로 재롱을 피던 

국한이 생각에 눈물 젖어 국한이 빨던 젖가슴을 안고 눈시울이 마를 날이 없건만,

 

- 계속 -

 

눈물을 멈추게 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그것을 닦아줄 수는 있다.

- "존재는 눈물을 흘리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