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어멈은 아이고 어쩌면 좋노,
이 좋은 날 이 뭉디 쌔끼는 또 어딜갔지?
목아지에 개걸이를 해놓을 수도 없고~
씨부모님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만면에 웃음이 멈추지 않으며
집안엔 활기가 넘친다.
이봐라, 니 애 놓는다고 고생 참 마이 햇데이 -
살어름판 위를 거닐고 있는 이 집안에 이렇게 훤~ 한 장부를 떡하니
노아주어 얼마나 좋고 고맙노, 니 - 정말 애 많이 썻데이 -
씨부모님들은 산고를 위로라도 해주건만,
신랑은 또 행방불명이다
그토록 씨부모님들께서 어디 가면 간다고 말하라꼬
귓창이 찢어지도록 또 쐐(혀)가 닳토록 말해 왔건만 그때마다
대답은 야, 알았소 꽁딱 꽁딱 대답은 잘 하면서 그 하나의 실천도
언제나 개똥이다.
씨어멈은 아이고 어쩌면 좋노, 이 좋은 날 이 뭉디 쌔끼는 또 어딜갔지?
목아지에 개걸이를 해놓을 수도 없고 그렇타고 다리몽댕이를
분질러 버릴수도 없고 애비가 된 놈이 우째 지 새끼 낳는지 안 낳는지도
모르고 참, 나, 미치겠네 - 야야, 우짜겠노 니 마음 잘 먹어레이
지도 사람새끼니 어디서 소식들어면 기 들어 안 오겠나,
순인 복 받치는 마음의 불길을 꾹 참고 그저 - 예 -
이웃에서도 야단이 났다.
글세, 수갑이 처가 아들을 낳다 안카나 참 그 집에 경사났데이
근데, 이 개차반은 어디로 기나가고 지 아들 낳는지도 모른다 안 카요
정말 쐐(혀)가 만발이나 빠저 자빠저야할 놈아이요,
남의 여잘 끼면 부처님도 시샘하여 돌아 앉는다고 했는데,
그 어린 것이, ~ 수갑이 처가 불상해서 어짜제이,
순인 이때 나이가 열일곱살인데 첫 아들을 출산했다.
글마는 원래 사람되기 걸렀놈인데 저 얌전하고 참한 새아가 한평생
저 쏙을 다 끓이고 보며 살아야 할것인데 그걸 어째 보제이
쯧쯧 - 이웃도 안타까워 혀를 차고,
아무튼 집안엔 난 경사이니 이웃 친한분들 오시게 해서 조촐한 축하상이 벌어지고 기분 좋은 씨아범은 내사마, 인자 죽어도 맘 놓았다 아이가,
친지들과 막걸리 잔을 기분 좋게 비우는데
정작 주인공인 며늘아이의 심정이 어떤지를 알기나 할까?
씨어멈 또한 이웃 아낙네들에게 인사 받기 바쁘고 오늘은 손자 득남,
축하연이 아닌듯, 두분의 생신잔치처름 모두가 화기애애 한데 -
정작 당사자인 순이는 신랑도 없시 외톨이가 되고 집안 분위기는
뿍쩍뿍쩍하나 어쩐지 홀로 무인도에 유배된 죄인 신세마냥,
서글프기만 하다.
갑짜기- ! - 신랑이 한팔로는, 우리 둘의 아들을 안고 또 한팔로,
순이를 끓어안으며 당신 정말 고맙소, 산고에 고생 많았지요?
이제 난, 내 부모님들께도 체면이 섯고 애비로서 책임을다해
남보기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앞으로 보라하고 떳떳하게 살게 댔소,
여보 ~ 이 목슴 다 하는 날까지 난, 당신만을 사랑할께요
나, 정말 당신을 아내로 맞은 것은 행운이고 조상님께 감사드릴일이요
당신 덕분에 장가 한번 참, 잘간 것 갔소.
순인 - 멍 하니 눈, 뜬, 자기의 동공안에서 신랑의 환시(헛것을 봄)
환청(헛소리 들음)이 순이의 뇌리를 맴돌고 저 ~산마루를 끼고 흐르는
짙튼 안개 구름 속에 길 잃고 방황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순간, 순인 행복한 꿈결에 젖어 이 꿈을 벼개삼아 신랑과 함께,
아, ~ 세상만사를 다 잊고 고히 고히 잠들고 싶어 - - - 라 !
- 계속 -
고생보다 더중요한 교육은 없다. -지스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