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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아내의 굴레

단해 2009. 11. 10. 20:14

 

 

할수만 있다면 눈 질금 깜고 이 음식들을 좀 싸다가 갖다 줄수만 있다면야 ~  !

 

결혼후 첫날의 의례도 마치고 씨 어멈과 더불어 아침상을 준비하여 안방으로

들어가 모처름 넷 식구가 자리를 같이 하여 식사를 하게 되는데,

 

순이는 부억에 별 할일도 없지만 같이 겸상을 씨 아범과 신랑, 씨 어멈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어색하고 부담스러워 밖으로 나가려니 씨 어멈은 순이의 이런 마음

가짐을 알기나 한 듯,

얘야 너도 그기 앉자라, 앞으로 이집에서는 매 식사 때는 같이 겸상을 할것이니 그렇게 알고 마, 밥이나 묵제이 -

 

순이는 어색하지만 어쩔수 없시 신랑곁에 앉자서 밥을 묵는데 마주 치는 얼굴들이 많아서 고개만 숙이고 앞도 옆도 볼수가 없서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음식 맛이 어떤는지 도통 알수 없시 당황서럽기만 한데,

씨 어멈께서는 야야 니 밥을 푹 푹 떠 먹고 반찬도 많이 묵어레이 그래야 빨리 떡 뚜꺼비 같은 우리 손자를 볼거아이가 ?

 

순이는 씨 어멈 소리에 더욱 부끄 부끄 한데 또 하시는 말씀이 그냥 너거 신행(결혼후 2 - 3일간정도 신부집에서 있는 관례)은 없던 것으로 하기로 한것 니도 알제 ~ 

 

밥먹고 니 신랑하고 너거 방에 가서 너거 세상안에서 그냥 푹 좀 쉬어라이 

자자한 집안 일은 앞집 덕만네가 한 이 삼일 거덜기로 했으니 그렇게 알고,

씨 아범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시 그저 묵묵히 진지나 드시고 신랑은 가끔씩 곁 눈질로 힐금 힐금 쳐다보며 역시 아무 말도 없다.

 

상위에 좋은 음식들을 보니 그러는 순간에도 순이는 친정엄마와 동생들이 눈앞에 아런거려 가슴이 아프다 지금쯤 식구들도 옹기종기 둘러 앉아 밥을 묵을 텐데

입에 걸칠 것도 변변 찮은 것은 뻔한 사실이고 할수만 있다면 눈 질금 깜고 이 음식들을 좀 싸다가 갖다 줄수만 있다면야 ~  !

이루어 질수도 없는 허망한 꿈을 순간 즐겁게 상상하고 있는데 -

 

아지메 나왔소 - 응 덕만네가 -

야야, 니는 애기 데리고 니 방에 얼런 가거레이 가서 점심때까지 꼼짝 말고 둘이서 낮잠이나 한쉼 푹자라아 - 씨 어멈은 또 의미 심장한 말을 신랑께 던지고 -

덕만네, 니 아침 아직 안묵었제 얼른 들어 오라 - 춥다이

니 밥이나 묵고 밥상이나 치우제이 -  하는 소리가 뒷전에서 들리고

 

다시 신랑과 한방에 단둘이 어색하게 비켜 앉아 있으니 얻밤에 신랑이 하든 짖이 생각나 가슴이 콩닥거리고 어찌할바를 몰라 차마 바로 볼수 없서, 눈도 떠지 못하고 있는데 갑짜기 신랑이 하는 말 ~ 밤엔 내가 술이 많이 취해 뭘 어찌 햇는지

도무지 나도 잘 모르겠소 내 때문에 맘 상한일 있섯서면 다 푸시요 - 

앞으로 내가 알아서 다 잘 할께요 - 하지 않는가 ! - 

 

순이는 순간 귀를 의심하고 내가 뭘 잘 못 들었나? 정녕 그런 것은 아니었다.

신랑은 좀 쉰듯한 정감이 있고 부드러운 목 소리로 다정히 말하며 정이 듬뿍 담긴 그윽한 눈매로 응시하면서 손을 촉감있게 슬거머니 잡으며 자기 가슴 쪽으로 나를 가볍게 당기지 않은가?

 

와 ~ 생각도 못한 신랑의 다른 한면을 느끼는 순간, 순이는 신랑에 대한 밤새에

있었던 공포감이나 쓸쓸한 고독감이나 원망과 피로감 등이 한꺼번에 자기 곁을 빠이 빠이 하는 것과 같은 몸의 희열에 빠지고 말 할수 없는 기쁨이 엄습해 오는데 -

신랑은 순이를 가볍게 안으며 덩을 또딱 거려 주며 많이 힘들었지요? 

그 소리가 그렇게도 따스하고 포근하며 순이의 가슴을 뜨겁게 울릴줄이야 !!!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