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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아내의 굴레

단해 2009. 11. 9. 21:51

 

 

 

씨 어멈은 키도 크시고 인물도 잘 생겼고 이씨 문중의 좋은 집안에

장여로 태어나 당시의 보통학교를 나온 신 여성에 가까운 분이 셨고,

 

마루청에서 에~ 엑 하는 가벼운 헛 기침 소리가 한 두어번 들리는 가 싶드니 얘야 자나?

아뇨 어머님!

방문을 쨉싸게 열면서 얼런 문 밖으로 나와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안그래도 지금 깨워서 같이 문안 인사 올리려고 하던 참입니다만-

계는 아직 자지? 예,

그럼 깨우지 말고 그냥 자게 두어라

너도 많이 지쳤설꺼니 내가 찾을 때까지 그만 눈 좀더 붙이레이, 해 뜰라면 아직 한참 멀었다.

아침은 안해도 되고 잔치 음식이 많이 남았으니 나중에 불지피서 데워 먹으면 되고 너거 아버님도

어제 술을 많이 드셔서 아직 자고 있으니 인사는 이따 하고 그 동안 쉬거라 하시며 안방으로 들어가시고

 

순이는 방안 가득히 술냄세가 찌드러저 있고 푸, ~ 드러릉 거리는 코 소리는 주먹으로 순이의

가슴을 쥐어 밖는 것 같아 방엔 들어 가지도 않고 찬 바람이 푸는 새벽녁이지만 주위는 조용하다 못해

너무 적막하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실낱 같은 달빛이 구름속에 가려 간간히 순이의 우수에 찬 창백한

얼굴을 어루만지 듯 비쳐 주곤 하지만 ~

 

그래도 이 집에 와서 순이는 처음으로 씨 어멈으로부터 그런데로 따뜻하고 사람과 사람 끼리의

대화를 건네주는 나름데로의 배려에 친정 어멈을 순간 떠올리고

왠지 서러운 생각이 복 받쳐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데 -

 

씨 어멈은 키도 크시고 인물도 잘 생겼고 이씨 문중의 좋은 집안에 장여로 태어나 당시의 보통학교를

나온 신 여성에 가까운 분이 셨고 씨 아범은 키가 부인 보다는 적고 역마살이 끼었는가, 집안 일이나

농사일 보다는 잘 놀면서 외지로 싸 다니는 것을 좋아 하셨다.

 

순이는 부억으로가 부뚜막 큰솥에 물을 잔득 붙고 아궁이에 불씨를 찾아 짚푸렝이를 불씨에 대고

입으로 입김을 솔솔불어 짚푸랭이에 불이 붙으면 불이 잘 옮길 가느다란 광솔에 불을 짚이고 다음

장작을 포개어서 바람이 잘 소통케 하여 겨우 불을 붙이는데 입김에 아궁이의 잿더미가 날리어

눈, 코 입에 들어가 눈이 따갑고 쓰라리며 불타는 연기에 코가 막혀 쉼쉬기가 불편하고 수건을

뒤 집어쓴 머리에는 눈 나린 것 처름 잿 가루가 소복히 싸이여 하루를 시작하는 첫 일은 아궁이에

불 붙이는 일인데 매일 매일 여인네로서는 공사 중에 힘던 큰공사 이었다.

 

아침 점심 저녁 기타 다른 일로 아궁이에 불을 일년삼백육십오일 이와 같은 방식으로 평생을 살림

살이 해야하니 이 한가지의 고통만으로도 여인네의 한평생 시집살이가 얼마나 힘든가를 남편이나

남자란 물건들이 여인네의 힘든 삶을 알기나 할까?

 

남정네들이 지어주는 밥이나 투정없이 덜어주면 좋으련만 밥이 대뇌 찬이 맛이 없네,

세수 물이 뜨겁네 차네 하고 소소한 일에 잔소리들이 얼마나 많은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떠받치기를 바라기는 !

남자란 물건들은 참 생각이 잛고 소견머리가 없어서 죽을때까지는 철들기는 글런것 같다. 

 

아마 지금 시대의 남편들이 예전과 같았다면 싸거리 이혼 당하여 전부 다 홀애비로 지나도 

오질 것 같은데~

 

요즘의 신혼 부부나 기타 가정에서는 밖에서 전화 한통만 걸면 밥 솥에 밥이 절로 되고

보이라에 따신 물이 방이나 욕조에 알아서 서비스하는 세상에 살면서도 호강이 넘쳐서

사네 못사네 하며 핏대를 세우면서 자기의 구린네는 냄세를 맡지 못하고 남의 구린네만 탓하는

세상이 되어버렀지 어쩌면 남이 잘 못하는 것은 그렇게도 잘 보면서 자기 앞은 코 끝도

보지 못하는 고?

 

지금은 사람들이 약아 빠져 우선 자기 편하고 이익되는 것만 생각하고 남의 입장이나 사정 등은

조금도 고려치 않고 배타적이고 이기적이어서 배려하고 이해하는 포용성이 매말라버린 인간성이

되어 가고 있는 한심한 세대로 흐르고 있지 않나? 

 

순이와 같은 삶을 직접 우리가 경험하기는 너무 힘든 일이니 남의 인생사에서 우리는 뒤 돌아보고

또 뒤 돌아 보는 항상 자기 성찰의 태도와 그 남의 경험들을 배움으로서 닥아올 불행을 미연에

슬기롭게 방지하게되면 행복이라는 신기루를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 ?! -

- 계속 -